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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Chris Jordan : Intolerable Beauty

등록일 2019년04월19일 00시51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크리스 조던의 사랑과 슬픔의 생태학
글 : 플랫폼 C 
밀레니엄 이후 전 세계의 공통 화두인 생태계 위기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많은 예술가에게 작업의 원천으로 작동했다. 근 몇 년 사이 국·내외 전시에서 문명의 이기가 낳은 새로운 풍경들이 우리 미술의 한 축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대 작가들은 자신의 서식지 환경에 특별히 예민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촉수는 다채롭고 다층적으로 뻗어나가 관객과의 면밀한 접속을 시도한다. 그 중에서 단연 공감대가 넓고 깊은 작가가 크리스 조던이다. 그동안 환경이 주제인 사진작업이 대부분 이데올로기의 도구나 비판적 리얼리즘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면 크리스 조던은 환경사진이 가진 도식성을 피하면서 예술적 성과를 올린 특별함을 선취한다. 환경을 표방한 작품들이 주제와 소재의 한계를 쉽게 극복하지 못한 채 반복과 나열의 연속이었다면, 크리스 조던은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중심적 가치관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생명세계의 의의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부드럽게 유도한다. 그의 생태학적 지혜는 단순히 환경문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량 소비사회에 태어나 소비주체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순에 깊숙이 개입한다. 작업의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전시는 크리스 조던의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단면들을 확연히 짚어볼 수 있게 기획되었다. 상상의 한없이 높은 실재성을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한 크리스 조던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기획된 최대 규모의 개인전으로,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64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영문 타이틀이기도한 ‘견딜 수 없는 아름다움(Intolerable Beauty)’ 시리즈를 비롯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숫자를 따라서 Ⅰ,Ⅱ(Running the NumbersⅠ,Ⅱ)’ 그리고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주체로서 작가의 생태의식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미드웨이 시리즈’와 최근작인 ‘숲’과 ‘바다’까지, 크리스 조던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지난 해 개봉된 후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은 영화, <알바트로스>가 특별히 상영된다. 소위 ‘환경미술’이란 생태계 위기를 인식하고 인류와 환경의 건강한 존속을 지향하는 현대 생태학적 문제의식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크리스 조던의 사진이 갖는 특별한 의의는 사진의 본질적인 가치와 함께 묵시록적 상상력을 통해 시각적 감응력을 높이는데 있다. 작품의 메시지가 아무리 강렬하다 하더라도 미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예술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채 ‘환경보호운동’의 노선에 따라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다. 크리스 조던은 생태학적 대안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사진 본연의 기능을 보다 발전적으로 깊이 있게 추구하는 미덕을 갖고 있다. 지극한 사랑과 슬픔을 간직한 생명의 언어로 말이다. 
생태학적 상상력과 친화력이 높은 영상언어
크리스 조던의 작품 세계를 요약하면 ‘멂과 가까움’의 변증법이라고 할 수 있다. ‘숫자를 따라서 Running the Numbers’은 멀리서 언뜻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미지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수많은 이미지들이 쌓이고 부딪히며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크리스 조던은 마치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이미지들을 엮어 분명한 메시지를 직조한다. 이는 디지털 사상가 빌렘 플루셔가 언급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 너머에 있는 텍스트를 사유하게 한다. 이를 위해 대중적으로 친숙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등의 명화와 현대 대중 매체의 상징코드들을 차용한다. 친화력이 높은 이미지를 통해 ‘생태학적 상상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대표적인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의 시선으로 통찰한 현대의 풍경
크리스 조던은 대학에서 문학과 법학을 전공하며 사진작가로서 흔치 않은 행보를 걷는다. 그의 작품에서 문명에 대한 통찰과 세계 문화의 흐름을 바라보는 직관력이 돋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현대를 대표하는 소비재들을 보여준 ‘견딜 수 없는 아름다움’ 시리즈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탈로 칼리노)의 ‘레오니아’처럼 읽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도시는 매일 새로워지면서 단 하나의 결정적인 형태로 스스로를 완전히 보존해 나갑니다. 바로 그저께의, 그리고 매달, 매년, 십 년 전의 쓰레기들 위에 쌓이는 어제의 쓰레기 더미의 형태로 말입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레오니아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파괴되지 않는 쓰레기 요새가 산맥처럼 사방에서 도시를 압도하게 되는’ 칼비노의 레오니아처럼, 견딜 수 없는 소비의 풍경이 크리스 조던의 작품이 되었다. 
한편 미드웨이 섬에서는 마치 인류학자처럼 ‘알바트로스’에게 다가간다. 바다의 오염으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알바트로스를 애도하며, 죽은 알바트로스를 촬영할 때는 특별한 ‘예’를 갖춘다. 생태 공동체에서 인간이 뭇 생명체에게 준 큰 고통을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하며 눈물짓기도 한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과 일본의 해전에 의해 참혹한 아픔을 견뎌냈을 미드웨이 섬에서 알바트로스는 또다시 날개를 꺾인 채 땅에서 죽음을 맞는다. 생명에 대한 공감은 슬프고 아름다운 장편, <알바트로스Albatross>를 탄생시키는데 이 영화에서 암, 수 알바트로스가 사랑하는 장면은 숭고하고 유장하다. 결코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사랑의 몸짓, 새의 부리가 부딪히며 내는 화음과 음색이 떨리고 울리며 공명하는 순간은 하이라이트다. 크리스 조던은 새보다 낮게 엎드려 새와 눈을 맞추고 새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에서 “애도는 사랑이다”라고 말한 작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다. 이는 몰디브에서 ‘파야’를 만나고, 슈마바 숲에서 나무의 정령을 만날 때도 같은 자세이다. 결코 자연을 대상(타자)화하지 않고 대화하는 것, 나와 나무와 동물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평등하게 바라보는 관점인 것이다. 촬영하는 사람(작가)이 중심이 아니라 대상이 주인공이 되는 생명중심적 시각은 크리스 조던의 작품을 더욱 각별하게 한다. 
만다라 - 떠나온 곳은 다르나 우리는 하나 
결국 작가의 메시지는 현대사회의 위기를 드러내는 것보다, 개별적인 삶의 가능성과 특이성을 살리는 것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생태계는 상보적일 수밖에 없고, 서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기에 각각의 삶의 자리를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작가는 ‘슈마바’ 숲에 머물며 숲의 신령스러운 아름다움에 깊이 경도된다.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다시 숲은 한 그루 나무에서 시작되듯 둥글게 순환하는 생태계의 경이로운 질서를 표상하고 싶은 것이다. 작가의 생태윤리는 비디오 작업 ‘Mandala 432’와 ‘E Pluribus Unum’에서 더욱 고조된다. 끝없이 변이되는 프랙탈(fractal) 형상은 나의 영역에서 확장해서 주변의 생물과 그들의 서식지, 나아가 지구 전체 생태계로 뻗어가는 전일한 세계의식을 보여준다.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는 프랙탈은 새로운 차원의 연결망을 끊임없이 생산해낸다. 크리스 조던이 프랙탈 이미지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를 예속하는 자본주의를 향한 욕망에서 좀 더 다른 차원의 욕망 즉, 생태계와의 관계맺음을 새롭게 제안하려는 것이다. 우주적 형태로 드러나는 이 두 작품은 생명에너지로 충만하기만 하다. 작가가 수 천, 수 만 장의 사진이미지를 모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펼쳐낸 것도 이미지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차원에 접속하게 하려는 것이다. 반면 생명 네트워크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거나 희미해져 문명의 발달사가 곧장 자연의 타락사가 되는 이 시대의 압축판이 알바트로스의 섬, 미드웨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인류는 고립된 섬에서 약속의 땅을 꿈꾸는 알바트로스가 아닐지.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의 전시는 사랑과 슬픔의 생태학으로 동시대의 가장 어려운 문제들에 공감하게 한다. 

 

전시제목 : 한글 :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영문 : Chris Jordan : Intolerable Beauty 

주    최 : 재단법인 숲과나눔
전시주관 : 플랫폼C, 성곡미술관
전시기간 : 2019년2월22일(금) ~ 5월5일(일)
전시장소 : 성곡미술관 전관
전시작품 : 사진, 영상, 영화 등 총 64점
전시후원 : 환경부, 서울시, 주한유럽연합대표부, 주한미국대사관
전시협찬 :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동아사이언스, 토파비즈, 인디고서원, 와이아트, 네오룩 
관람시간 : 오전10시-오후6시(매주 월요일 휴관, 오후 5시 30분 까지 입장완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오후 8시까지 연장개관
도 슨 트 : 매일 오후2시, 4시(‘문화가 있는 날’은 오후 7시 추가진행) 
입 장 료 : 일반(만19세~ 64세) 8,000원
청소년(만13세~ 18세) 5,000원 및 단체(20인 이상) 3,000원
어린이(만4세~ 12세) 3,000원 단체(20인 이상) 2,000원
국가유공자, 장애인, 만65세이상 및 일반 단체(20인 이상) 5,000원
* 입장료 전액 ‘플라스틱제로’캠페인 기금으로 쓰임
프로그램 : 크리스 조던 Master Class / 2월 23일(토) 오후 2시 (사전신청 관객 50명)
          크리스 조던 감독과 함께 보는 영화 <알바트로스> / 
2월 22일(금) 오후 3시 30분(사전신청 관객 50명)
          특별한 토요일 미술관 토크/ 전시 기간 중 5회 (사전신청 관객 50명)
영화 알바트로스 GV / 전시 기간 중 3회 (사전신청 관객 50명))
          큐레이터 Talk / 전시 기간 중 2회 (사전신청 관객 50명))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과 내용은 14p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오시는 길: 성곡미술관(서울역사박물관, 경복궁역, 세종문화회관에서 도보 5분)
※주차 안내: 주차공간이 협소하오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문     의: 전시주관사 플랫폼C 010-6230-6269, 성곡미술관 : 02-737-8643, info@sungkokmuseum.org

이슬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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